여섯번 도전에 기능장 합격
 글쓴이 : 최인식
작성일 : 16-10-10 06:50   조회 : 2,669    
ㅣ.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 .

   오늘 제60회 전기기능장시험 최종발표에서  그토록 보고싶던 내 이름 석자를 발견하였다. 도전한지 2년 6개월간 5번 떨어지고 6번째 드디어. . . 해냈다 !!!  나는 비이공계 출신으로 전기회사에서 30여년간 주로 전기기술 지원업무만, 그러니까 기술전문가 업무보조 수준의 일을 한 셈이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 .어떻게 된게 기술관련업무 30년이면 서당개보다 열배도 더 될 지식과 노하우를 가졌음에도  은퇴하는 비이공계 선배들이 단지 유자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는게 안타깝고 머잖아 나도 똑같은 전철을 밟겠구나 싶은 생각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2. 무모한 도전의 씨앗을 뿌리며

   2012년부터 기술직원들이 취득하려는 공인자격증 취득에 나도 낮밤을 보내기 시작했다. 직장을 다녀야하니 인강중심의 독학, 나이들어 나홀로 공부한다는게, 그것도 전혀 다른분야를, 공부중간중간 암담하여 포기하고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수학을 다시 공부하고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 생소한 기술용어와 친숙해졌다. 기본적인 기술지식이 없어서인지, 이해없이는 어거지로 암기해봐야 몇 시간 아니 몇 분 안가서 가물가물해졌다. 그렇게 해서는 비전공자의 벽을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먼저 난공불락같던 기술용어부터 하나하나 이해하고 내식대로 정리했다. 처음에는 답답할 정도로 속도가 느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것이 되고 응용력도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용기가 났다. 그렇게 해서 2013년 전기기사 와 전기공사기사를 취득했다. 첫 기사합격 소식은 하늘을 나는 기분을 선물해 주었다. 그 정도면 기술직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될 것만 같았는데, 그게 착각인 줄을 깨닫는데 오래가지 않았다.

3. 반평생 볼펜 쥐었던 손에 드라이버 잡기까지

   알고보니, 기술직원들이 가진 게 기사자격증이었다. 고생해서 딴게 무용지물이지 싶어 크게 실망됐다. 그러다가 전기기능장에 대해 알게 되었고 비이공계에, 전구하나 가는 것조차 겁내하던 기계치에게는 처음에 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50대 후반의 내가 은퇴후에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남들 다 가진것으로는 택도 없을 거란 생각에 이르러서야, 말도 안 된다는 무모한 도전을 해보자는 결심했다. 현장기술 경험이 전혀 없이 반평생 볼펜을 쥐었던 손에, 드라이버를 움켜쥐기까지는 또 고뇌의 갈등의 나날을 보내야했지만. . .

4. 비바람치는 혹독한 산행이 시작되며

   전기기사 공부수준을, 전혀 안 가본 낯선 산을 등산하는 정도라고 하면, 전기기능장은 비바람치는 혹독한 겨울산행이지 싶다. 2년6개월 동안 연거푸 다섯번 떨어지다 보니 보드랍던 내 손마디가 굵어지고 못이 박혔다. 정말 언제끝날지 모르기에 떨어질 때마다 암담하였다. 전기기능의 최정상이라는 기능장 수준을 향해 걸음마 배우는 아이처럼 넘어지고 일어서며 다가갔다. 처음 시작하고 1년간은 손마디 마디가 쑤시고 저렸다. 그때마다 다른 손으로 저린 손을 교대로 주무르며 실습에 임하곤 했다.

5. 오랫동안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닮아 간다

   오늘 합격문자가 날라오고. . . 한국산업인력공단 홈피에서 합격확인서 출력해보고. . . 1차 필기합격률 18 % , 2차 실기합격률 11% , 총응시자 대비 최종 합격률 5.8% 라는 합격자 현황를 보면서 좀 과장하여 에베르스트산 정상에 오른 기분이 이런거는 아닐까? 싶기도 했다. 프랑스작가 앙드레말로의 말이 떠오른다. "오랫동안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닮아간다"고. . . 그동안 꾸었던 꿈이 이루어지고 나니 또 다른 꿈이 생긴다. 아직 은퇴까지 3년이나 시간이 있다. 새 꿈을 실현하기에는 충분하고... 지난 5년간의 경험이 디딤돌이 되지 싶다.

6. 꿈은 삶의 비전

   한번뿐인 인생에서 자신이 꾸는 꿈을 향해 전력투구하는데 나이의 대소가 있을까?  하고싶은 것을 미치게 하는것 만큼 행복한게 또 있을까? 지난 3년간 전기기능장 합격에 미쳐있었다. 내 신변은 기능장 합격에 도움되는 쪽으로 논리회로 카르노맵 간소화하듯이 정리했다. 불가피한 모임은 제외하고 경조사도 송금과 문자로 대신했다. 퇴근하는 대로 곧장 집으로 가고 9시에 취침, 새벽 두시 출근. . . 기능장 실기시험형 패턴으로 내 일상을 바꾸어 갔다.
회사창고 한구석에 마련한 실습실, 직원들이 출근하기전까지 6시간반 동안 치루는 기능장시험 연습, 분시간까지 체크하면서 시간단축에 집중했다. 아무런 방해없이 실제 시험처럼 실습하기에는 이 시간대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10여장의 전기회로도, 배관도, 동작요구사항에 따라 자동제어 plc프로그램 짜기, 논리회로 카르노맵 이해 및 결선, 제어반 기구배치 및 결선, pcb결선 납땜. 배관작업, 기구배치. 고정. 입선 및 연결, 전원투입, 동작테스트까지 . . .

7.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어진다.

   이제는 홀가분하게 뒤돌아 볼 수 있지만. . .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지난 시간들은 차마 다 형용하기가. . .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수백 번도 더 포기하고 그때마다 실낱같은 용기를 내려고 안감힘을 썼다. 그 끝이 가늠하기 어렵던 터널을 통과한 것 같은 지금, 그 말을 절절하게 실감중이다. 필기시험을 다시 치면서 6번째 도전. . . 쉽지않은 도전이지만. . . 해보니 못할 것도 없었다.

8. 잘했다 !!! 내자신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출근길 등산로 길가에 이런 글이 쓰인 팻말이 있다. "잘 물드는 가을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 . .  내 50 대 후반을 그렇게 물들이고 싶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낙심할 때마다, 실수할 때 마다,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 주신 전병칠 원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립니다. 그리고 제 미천한 경험이, 연이은 실패로 힘들어 하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재도전의 용기를 내는데 힘이 되시길 바랍니다.

 

주종우 16-10-13 08:59
 
고생하셨습니다.
많은 힘을 얻고갑니다.
이동우 16-10-25 15:18
 
대단하십니다..축하드립니다.
현진택 16-10-28 20:30
 
와우 증말 노력에 감동 받았습니다. 전 몇년간 기사공부를 해야한다는것을 알면서도 실행을 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부럽습니다. 그 열정과 노력에 감명 받았습니다.
최동해 17-01-25 08:07
 
고생하셨습니다